행동주의, 포용성, 접근성: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와 제레미 O. 해리스(Jeremy O. Harris)가 함께한 팟캐스트 스크립트

구찌 팟캐스트:
안녕하세요, 구찌 팟캐스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 에피소드에서는 최근 구찌의 차임 포 체인지(Chime for Change) 자문위원회에 합류한 [시네드 버크 00:00:22]와 [제레미 O. 해리스 00:00:23] 두 분이 나눈 대화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이 인터뷰는 보그 그리스의 패션 부문 편집장 [엘리나 디미트리아디 00:00:27]가 진행해 주셨습니다. 접근성과 포용성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들어보시고 긍정적인 변화를 꾸준히 이끌기 위해 이분들이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엘리나 디미트리아디:
저는 엘리나 디미트리아디라고 해요. 보그 그리스의 패션 부문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12월호 발간을 위해 시네드 버크와 제레미 O. 해리스를 인터뷰하고 원격으로 녹음되는 구찌 팟캐스트 대화를 진행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고 설렙니다. 보그 그리스 12월호의 타이틀은 ‘결국 우리는 인간(Human After All)’으로, 나눔의 기쁨을 누리면서 세상을 더 포용적이고 모두를 위해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특별한 분들께 찬사를 보내는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시네드 버크 씨는 교육자, 작가, 장애인 인권 활동가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용적 패션 및 디자인 옹호자입니다. 또한 틸팅 더 렌즈(Tilting the Lens)라는 회사를 설힙하여 교육, 평등, 접근성에 관한 중요한 대화와 행동을 지지합니다. 제레미 O. 해리스 씨는 배우이자 연극 ‘대디(Daddy)’의 작가로 유명하시죠. 무엇보다도 토니상 12개 부문 후보에 오른 ‘슬레이브 플레이(Slave Play)’의 작가이십니다. 이 연극은 당시 기준으로 역사상 최다 노미네이트를 기록하기도 했죠. 이력에 관해서는 나중에 좀 더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시네드 씨와 제레미 씨는 최근 차임 포 체인지 자문위원회에 합류했습니다.

구찌가 2013년 창설한 차임 포 체인지는 교육, 보건의료, 정의 실현에 초점을 맞추어 전 세계 성평등을 위한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고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기 위해 마련된 글로벌 캠페인입니다. 차임 포 체인지는 공동체 집단의 참여를 독려한다는 목표에 따라 국경과 세대를 넘어 평등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자 합니다. 시네드, 제레미, 바쁘신 와중에도 함께 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레미 O. 해리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네드 버크:
감사합니다. 너무 신나네요.

엘리나 디미트리아디:
두 분은 팬데믹과 락다운 기간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제레미 O. 해리스:
두 분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특히 이번 주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늦은 시간에 만나자고 해 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 현재 제 생활이 캘리포니아 시간에 딱 맞춰져 있거든요. 대선 상황을 지켜보느라 하루에 20시간씩 텔레비전 앞에 붙어 있었던 것 같아요. 잠은 4시간 정도 자고요. 락다운 기간 동안 저의 뇌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때가 바로 이번 주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지난 8개월 동안은 지나칠 정도로 느슨한 생활을 했었어요. 이번 팬데믹으로 인해 심리 상태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것을 짐작했거든요. 매일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가고, 매일 제 쇼에 나가고, 시네드 씨처럼 멋진 사람들을 만나느라 정신없이 바빴던 제가 7개월 동안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오죽하겠어요.

제레미 O. 해리스:
그래서 그냥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자고 생각했어요. 6시간 동안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햄버거 두 개를 먹고 싶을 때는 그렇게 하고, 제임스 볼드윈의 책을 읽고 싶을 때는 주구장창 책만 봤고요. 하지만 원하는 것 이상으로 무언가를 하도록 저 자신을 몰아세우지는 않았습니다. 시네드 씨는 어떻게 지내셨는지 모르겠지만요.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와, 정말 흥미롭군요. 지나칠 정도로 느슨한 생활이라니, 마음에 드는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3월에 아주 큰 변화를 경험했어요. 예전에는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면서 일하고 다양한 옹호 활동을 했었어요. 이렇게 당황스러울 정도로 긴 시간 동안 가족과 함께 집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한 번도 없었죠. 그러다 갑자기 집으로 돌아와 한 곳에서 계속 머물게 되었어요. 집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접근성이 높은 공간에서 지내게 된 것이죠. 이 안에서 어떤 기회가 있었을까요? 실제로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디지털 기술을 통해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을까요? 또한 장애인에 대한 포용성을 높이도록 사람들의 마음과 인식을 변화시키고 이를 반영한 사업상 제안을 수락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사실 제게는 이런 시간이 필요했었고 또 실제로 즐기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인정하기가 두려웠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팬데믹 초반에 시간이 갑자기 많아진 저는 “내가 항상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기회가 있었어요. 할 수 없다고 합리화하거나 심지어 바쁘다는 핑계로 고려조차 해 보지 않았던 일들에 대해서요. 그중 하나가 어린이를 위한 책을 쓰는 것이었어요. 사실 교육 분야 출신인 저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저는 감정에 관한 글을 썼어요. 장애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교사로 살아가면서 제가 너무나 자주 들었던 생각은 아이들이 현재 그대로의 모습으로 충분하다는 말을 충분히 듣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어요.

장애 정의 모델과 장애의 사회적 모델에 따르면 사실 저는 장애인이 아니에요, 하지만 의학적 상태 그리고 현실에 따르면 저는 장애인으로 분류되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젊은 세대들이 우리가 단순히 사회 속에서 튀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바꿔서는 안 되고 존재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다는 점을 깨닫고 받아들일까를 고민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현재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세상을 더 안전하고 공정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 주변을 변화시킬 역량과 도구를 갖고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이 부분을 고민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실제로 책으로 만들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현재 도서관과 서점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네요.

제레미 O. 해리스:
우와!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하지만 이 부분만 제외하고는 저도 제레미 씨와 비슷해요 [목소리 섞임 00:06:06] 책이 제대로 쓰여졌는지는 지켜봐야 하겠죠? 저도 마찬가지로 일상을 즐겼어요. 매일 산책하기처럼 단순한 활동을 할 시간을 가졌죠. 모자를 떠보거나 해바라기를 키우려고도 해 봤는데 결과는 별로 좋지 않았어요. 식물을 키우거나 [소리 끊김 00:06:25] 손재주가 별로 없다는 것은 하나 배웠네요. 하지만 그게 책을 쓰는 것이든, 매일 운동을 하는 것이든 저 자신에 대한 투자만큼은 세상이 어떻게 바뀌든 앞으로도 계속 지켜나가고 싶어요.

제레미 O. 해리스:
잠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엘리나 씨 대신에 진행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번뜩 떠오른 생각이 있어서요…

엘리나 디미트리아디:
아니에요, 아니에요. 당연히 괜찮습니다. 말씀해 주시겠어요?

제레미 O. 해리스:
감사합니다. 요즘 저는 장애와 같은 주제를 논할 때 사용하는 프레임워크를 완전히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요. 이런 팬데믹 상황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정말 존경하는 [마그다 로만스카(Magda Romanska) 00:07:05] 교수님도 왜소증을 갖고 계시고 전기 휠체어를 타시는데, 어떻게 표면적으로 ‘장애가 없는 사람들(able bodied people)’이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6개월간 장애의 상태로 몰아넣어 졌고 좌절감을 경험했는지에 관한 놀라운 에세이를 쓰셨어요. 그렇죠? 로만스카 교수는 인생 대부분을 하버드, 예일, MIT에서 교수직을 지내셨고, 장애는 그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녀를 정의하는 편리한 프레임워크 역할을 했겠죠.

로만스카 교수는 장애가 없는 사람들에게 수 차례 “몸 상태를 고려하여 앞으로 3개월 동안은 원격 수업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을 했지만 하버드 같은 학교에서는 “절대 안 된다. 무선 일이 있어도 대면 수업을 해야 하며 원격 수입은 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7개월 동안 원격 수업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고 그 결과 이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그게 바로 문제에요. 접근성의 원칙은 모든 사람에게 득이 됩니다. 밖에서 넘어져서 일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되었거나, 노화 또는 유전병으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되었든 전혀 상관없이 없어요. 장애인의 시점에서 생각하면, 재택근무와 같은 접근성의 원칙에 가치가 부여된 적이 없다는 것이 정말 좌절감을 주죠. 그런 원칙에 대한 요구가 별로 없었으니까요. 반면 지금은 팬데믹 사태로 인해 이런 관행이 필요해졌고요. 불가능해 보였지만 사실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이를 포용하려는 욕구가 없었을 뿐이죠.

현재의 상황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중요한 것은 경제나 사회를 재건하기 위해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장애인을 취약 계층으로 간주하고 “너희는 계속 집에 있어, 나머지 우리는 일터로 다시 돌아가야 하니까. 우리가 세상을 재건할 거고, 너희들은 여기에 참여하지 않아야 해.”라고 말하지 않는 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전에는 그런 일이 자주 있었지만 말이죠. 우리가 장애인을 사회와 공동체에 짐이 되는 존재로 묘사하고 보호 시설로 보내려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접근성’을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있는 공간과 장소를 설계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협력하여 접근성이 높은 장소를 설계하여 앞으로 어떤 일이 가능해지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장소와 공간의 지속성 면에서 볼 때 이러한 방식의 설계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기회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에 따른 혜택은 모든 사람들이 누릴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이제껏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는 아마도 권력과 리더십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자신들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접근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장애에 관해서는 논의가 거의 없었고, 이 주제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과연 “나도 잘 모르겠다”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제레미 O. 해리스:
같은 생각이에요.

엘리나 디미트리아디:
맞아요. 사람들이 자신의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죠. [소리 끊김 00:10:04] 어른이 되면 모르는 것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질문을 하고 호기심을 갖거나 끊임없이 배우면서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만천하에 공개한다는 것에 겁을 먹게 되죠. 더 많은 사람들을 포용하고 지금 어떤 기분인지, 현재 상태는 어떤지,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등의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맞는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용기를 내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던질 수도 있지만 반면 엄청난 정보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재 이러한 정보에 접근해 얼마든지 스스로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감정적인 이원성이 아닐까 해요. 그러니 호기심을 갖고 이러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지식을 쌓겠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제레미 씨에게 질문이 하나 있어요. 엘리나의 진행에 끼어들려는 건 아니지만요(웃음).

제레미 O. 해리스:
단계를 건너뛰긴 했지만 이런 궁금증이 듭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이 단순히 정체된 것이 아니라 급격한 의식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순간 즉,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것이 중단된 상황을 통해 포용성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재해석할 수 있는 순간이라고 여깁니다. 그렇죠? 어쩌다 보니 포용성을 포함하게 되는 프레임워크가 아니라, 포용성이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 내재된 프레임워크 말이에요. 가령 올해에는 그 어떤 대형 브랜드도 패션쇼를 선보이지 못했는데, 이것을 패션쇼를 하지 않는 것이 세상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볼 중요한 기회로 볼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것이 잠재적으로 환경뿐만 아니라 맨 앞줄에 앉는 사람들에게도 더욱 포용적인 순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맨 앞줄에 앉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질지, 누구에게 패션쇼 초대장을 보낼지, 그리고 누구에게 의상을 착용하도록 보낼 수 있을지 등과 같은 부분이 정말 흥미로운 것 같아요.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접근성과 기술, 자막이나 설명과 같은 대안 텍스트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패션이 런웨이 위에서 존재한다는 것이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런웨이가 경사로와 동의어라는 점도 그렇죠. 하지만 휠체어 사용자 등 경사로를 통해 그러한 공간에 접근해야 하거나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런웨이에서 보기는 힘들죠. 제레미 씨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싶네요. 팬데믹과 같은 세계적인 변화의 순간에 우리는 주로 정치인이나 경제학자들, 자본가들에게서 해결책을 구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리가 진정으로 해결책을 구해야 할 사람은 예술가와 작가들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죠. 현실 도피와 즐거움뿐 만 아니라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것들, 이를테면 안전함을 느끼게 해 주는 언어나 혼란스러움과 마찰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제공해 주는 사람들이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느껴지는 부담감 같은 것이 있을까요? 또는 자기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여유를 마련하는 데 연습할 시간이 필요했나요? 아니면 그런 상황이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나요?

제레미 O. 해리스:
그런 부담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질문을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람들은 위기의 순간을 겪을 때면 예술가들에게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원하게 됩니다. ‘리어 왕’ 같은 작품을 언급하곤 하죠. 예컨대 “셰익스피어는 흑사병이 돈 이후 ‘리어 왕’을 썼다고!”라고 말하는 식으로요. 그러면 저는 “맞아요. 그랬죠. 하지만 리어 왕은 흑사병에 대한 극이 아닙니다. 리어 왕은 부잣집에서 일어난 자극적이고 흥미진진한 사건에 관한 내용이에요. 자식들한테 유산을 물려주기 싫은 이상한 아버지가 나오죠.”라고 말하곤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유산 상속 문제지만 실은 더 섹시한 스토리죠. 수영장이 나오거든요.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제레미 씨 지금 딴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요?

제레미 O. 해리스:
앗 들켰네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아무래도 젊은 예술가들이 도널드 트럼프나 코로나19 사태에 관해 위대한 작품을 써야 할 것 같다는 압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셰익스피어가 전염병이 돈 이후 써낸 위대한 극은 일요일 밤 9시에 방영하는 연속극에 더 가까웠지 사람들이 흑사병으로 거리에서 죽어가는 내용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이것도 괜찮습니다. 실제로 흑사병을 다룬 극들은 큰 인기를 얻지 못했어요. 그런 극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거든요. 저는 제도적으로 억압받는 계층 출신으로서 이런 현상을 나쁘게 보지만은 않아요.

미국 내에서 퀴어이자 흑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제가 저 자신에게 꾸준히 상기시키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점입니다.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억압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제가 스포츠 애니메이션에 이상할 정도로 빠져 있고, 그 때문에 6개월간 소파에서 뒹굴 거리며 얼마나 살이 많이 쪘는지, 그렇게 살이 찌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근사했는지를 얼마든지 글로 쓸 수 있겠죠. 매일, 매 순간 사회의 능동적인 참여자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아니라 말이죠.

엘리나 디미트리아디:
맞아요. 멋지네요. 그래요. 두 분 다 소셜 미디어를 플랫폼으로 사용하시고 계신데요, 소셜 미디어는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소셜 미디어가 모든 목소리를 내고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해 주는 민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단순한 받침대가 아닌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시네드 씨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받침대가 아닌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죠?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네, 맞아요. 목소리가 울리니 음산하고 좋은데요? 농담이고요, 맞습니다. 그런 말을 한 것이 기억납니다. [목소리 겹침 00:15:50] 아니요, 괜찮습니다.

엘리나 디미트리아디:
모든 사람들이 장애인이나 흑인을 데려다가 캠페인을 만들고, 그들을 받침대 위에 올려놓습니다. [소리 끊김 00:16:02] 하지만 장애인이나 흑인에게 실질적인 플랫폼을 부여하지는 않죠.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그래요. 제가 먼저 답해도 될까요? 제레미 씨가 중간에 같이 답해도 괜찮아요.

제레미 O. 해리스:
당연히 괜찮습니다.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이 문제에 관한 제레미 씨의 의견이 분명 있을 테니까요. 받침대가 아닌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개념은 정말 중요합니다. 핵심 리더들이 이 다음 단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는 것이 앞서 우리가 한 이야기의 핵심이 아닐까 해요. 이런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으려면 첫 번째로 협력, 공동 창작, 그리고 공동 설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시혜적으로 설계를 해 주거나 창작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파트너십 관계로 그 모든 과정을 해내는 것이죠. 패션 회사의 이사회실이나 마케팅 캠페인에서 이런 의견을 실제로 표명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합니다.

엘리나의 질문에는 두 가지 정도 논의해 볼 만한 점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특히 학교에서 저에게 “형식주의에 가치가 있긴 한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보면 형식주의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관심사가 아니에요. 하지만 만약 형식주의가 캠페인이나 조직에서 성찰을 표현할 수 있는 시작점을 제공하고, 그럼으로써 세상을 반영하는 사람들에게 알맞은 기준을 만든다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질문은, 세상 속에서 다양한 목소리와 미학, 배경이 공존한다는 것은 분명 멋진 일이지만,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미학으로부터 그저 이득을 취하기만 해도 될까요? 아니면 동등한 파트너십 관계를 갖출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할까요? 전면으로 내세울 수 있는 예시들이 있을 것 같군요. 제레미는 지금까지 많은 일들을 하셨어요. ‘서클 저크(Circle Jerk)’ 같은 훌륭한 극을 만들기도 했고, 사람들이 자신이 갖고 잇는 기술과 창의성을 탐색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발전할 수 있도록 재정적인 지원을 제공해 오기도 하셨죠. 그러나 소수자를 위한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에는 그 기회를 반드시 제대로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수도 있습니다. 즉, 기회를 뛰어난 성과로 연결시키는 것만이 허용되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존재감이 없어집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탁월성이 아니라 기회이며, 사람들이 공정하고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자원의 회수라는 사실을 전달하는 뉘앙스와 공간을 찾아내야 합니다. 설령 그러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해도 접근할 수가 없다면, 그 기회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소셜 미디어에 관해 언급을 하셨는데, 저에게 소셜 미디어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 대선에서 알 수 있듯, 제도 내에서 권력을 지닌 사람들이 이와 같은 플랫폼이 어떻게 착취되고 조작될 수 있는지, 어떻게 교육의 수단 또한 될 수 있는지 인식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오히려 플랫폼은 사람들이 전혀 소통하지 않고 더 외로워지도록 만들 수도 있죠.

눈에 보이는 장애를 가진 여성으로서 저는 의지하고, 속내를 털어놓고, 배우고, 저 자신을 교육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두 가지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우 귀중합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직업적으로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가 제공하는 익명성 안에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양분을 공급할 것인지의 문제는 앞으로 계속 해결해 나가야 할 도전입니다.

제레미 O. 해리스:
시네드 씨가 방금 이야기한 것에 1,000% 동의합니다. 또 ‘서클 저크’를 언급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구찌 팟캐스트에서 이 이야기를 할 줄은 몰랐어요. [목소리 겹침 00:19:15]

엘리나 디미트리아디:
지난번에 트위터에서 봤죠. 놀라웠어요.

제레미 O. 해리스:
마이클 브레슬린(Michael Breslin)과 패트릭 폴리(Patrick Foley), [캣 로드리게즈(Cat Rodríguez) 00:19:24], [애리얼 시버트(Ariel Sibert) 00:19:24], [로리 펠슈(Rory Pelsue) 00:19:26] 팀 전체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정말 멋진 분들이에요. 제가 열정을 느끼고 모범으로 삼고자 하는 무언가에 대해 말씀하셨죠. 저는 패션 세계나 텔레비전 세계, 영화 세계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가 기꺼이 자본주의적인 공간으로 편입된다는 사실을 의미하죠. 그렇지 않나요? 자본주의는 전체를 구성하는 일부를 거의 돌보지 않습니다. 자본주의는 구조적으로 우리의 정체성마저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무언가로 바꾸어 버립니다.

그런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제도 내에서 가능한 한 윤리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식으로 수행되는 비즈니스를 모범으로 삼고자 합니다. 저의 정체성과 시네드 씨의 정체성으로부터 얻어진 수익이 이런 산업에서 혜택을 입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확산될 수 있도록요. 정체성 때문이든, 그들이 가진 다른 사회적인 위치 때문이든지요. 저에게 이 순간이, 그리고 소셜 미디어가 제 커리어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해 보면, 사실 제가 소셜 미디어로 주로 하는 것들은 제가 그리는 세상을 모방하는 것인 것 같아요. 타인을 아끼고 돌보는 그런 세상 말이죠. 다른 사람들을 돌보지 않고, 동료나 공동체에게 무관심하더라도 충분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현실 세계에는 비일비재합니다.

제 생각에는 바로 그래서 제가 극예술가가 된 것 같습니다. 저는 공동체를 사랑하고, 공동체를 꾸리고 돌보는 것을 좋아하니까요. 틱톡 같은 것도 아주 좋아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믹스 리스트도 있을 정도니까요. 처음에는 다양한 영상이 있었는데 이제는 틱톡뿐이에요. 하지만 틱톡의 가장 좋은 점은 ‘포 유(For You)’ 페이지가 공동체처럼 기능한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좋든 나쁘든 내가 관심을 두는 영상으로 구성됩니다. 좋은 부분에 대해 말하자면, 저는 젊은 퀴어 장애인 활동가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젊은 퀴어 흑인 활동가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젊은 퀴어 무슬림 활동가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제 포 유 페이지는 문자 그대로 그런 모습입니다. 저는 그런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매료되니까요. 혹은 그런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저에게 매료되기도 하고요. 이들의 유머, 분노, 열정 그리고 이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거나 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외롭고 고독한 팬데믹 기간 동안에 한 줄기 빛이었다고나 할까요.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제레미 씨가 방금 지적했듯이, 이와 같은 플랫폼의 또 다른 장점은 많은 청년들이 종종 자신의 정체성을 넘어 자신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 내러티브를 만들고, 글을 쓰고, 컨셉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들은 단순히 미국이나 유럽에서 지금 이 순간 퀴어로서, 장애인으로서 사는 것이 어떤지 설명할 기회를 얻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관련성을 지니는 흥밋거리에 관해서도 쓸 수 있습니다. 그들의 창의성이나 예술성을 어떤 방향으로 끌어가야 하는지를 규정하는 내용이 아니라 말이죠.

제레미 O. 해리스:
맞는 말이에요. 이런 청년들에게서 보이는 유머는 그들이 얼마나 유쾌하고 즐거운 방식으로 절망적인지를 긍정적으로 보여줍니다. 절망적이고 억압받지 않는 유머죠. 아마 지금까지 존재했던 유머들 중 가장 자유로운 유머가 아닐까 해요. 이러한 현상은 억압받는 정체성 그룹에 속한 젊은 청년들을 보는 새로운 모델과 프레임워크를 형성하죠. 어떤 면에서 [목소리 겹침 00:23:28]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서 젊은 청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니 기분이 좋네요.

제레미 O. 해리스:
맞습니다.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오늘만큼 제가 나이 든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날도 없었어요, 제레미 덕분에 말이죠. 진짜에요. 서른 살이면 꽤 나이가 많긴 하죠 [소리가 뭉게짐 00:23:37], 지금은 [목소리 겹침 00:23:40]

제레미 O. 해리스:
얼마 전에 어린이를 위한 소설을 쓰셨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젊음이란 11살 정도를 생각했어요.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그래요.

제레미 O. 해리스:
그러니 우리는 이런 젊은 세대에 비해서는 나이가 많을 수밖에 없죠.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세상의 시선에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공동체에 참여하거나, 어린이를 위한 책이나 정보, 연극 또는 기타 창작물을 통해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너무 이상적으로 들릴 수는 있겠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을 꿈꿀 수가 있게 됩니다.

엘리나 디미트리아디:
그들이 대표성을 갖고 있다면 그들과 비슷한 사람을 외부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시네드 씨 입장에서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시네드 씨의 아버지는 존경할 만한 분이시고 그런 점을 알아주시는 분이시죠. 시네드 씨가 뭐든 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고요.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시네드 씨와 같은 정체성을 지닌 누군가가 교사가 되고 성취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불가능했으니까요. 제레미 역시 퀴어이자 흑인인 제레미 씨 같은 정체성을 지닌 누군가가 토니상 후보에 오르는 예술가가 되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고요.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12개 부문! 12개 부문!

제레미 O. 해리스:
사실 시네드 씨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정체성에 관한 대화가 참으로 어렵고 복잡해요. 이와 관련해서 [데브 하인스(Dev Hynes) 00:25:00]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엘리나 디미트리아디:
데브 하인스 음악 정말 좋죠. 맞아요.

제레미 O. 해리스:
데브는 진짜 최고죠.

엘리나 디미트리아디:
맞아요.

제레미 O. 해리스:
하지만 유년 시절 아카이브(Archive) 그러니까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백인 밴드에 푹 빠졌던 사람으로서, 제가 저 자신을 투영했던 우상은 [에드워드 올비(Edward Olvy) 00:25:21] 같은 사람들이었어요. 의아하죠?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같은 사람도요. 이상하다는 건 알지만 조지 버나드 쇼는 언제나 저의 최애 극작가 중 한 명이었답니다.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제레미 씨를 더블린에 초대할 필요가 있겠는데요.

제레미 O. 해리스:
저는 그 사람들이 저와 정말 비슷한 감성을 지니고 있다고 느꼈어요. 패션을 통해서도 그런 유사성을 흔히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맞나요? 저는 나오미 캠벨(Naomi Campbell)과는 전혀 닮지 않았지만, 캠벨의 워킹을 보고 있자면 제 마음속에 동경심이 생기곤 했어요. 저 자신을 초월한 특별한 감정이 들었죠. [애드리언 케네디(Adrienne Kennedy) 00:25:54]가 예전에 오드리 헵번에 관한 이메일을 보내준 적이 있는데 거기에는 정말 아름다운 말이 적혀 있었어요. 애드리언은 “나는 오드리 헵번이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언제나 오드리 헵번을 동경했고, 그녀를 통해 내 자신을 초월할 수 있었다”고 말했어요.

물론 저는 연극 세계 내부에서는 저와 닮은 사람들을 모델로 삼기도 합니다. 저는 아카이브를 알고 있기 때문이죠. 이해가시죠? 조지 C. 울프(George C. Wolfe)가 ‘유색 박물관(The Colored Museum)’을 썼고, 이후로 제 연극 이전에 토니상 최다 부문 후보로 올랐던 ‘미국의 천사들(Angels in America)’을 감독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지금 저는 엄지 척을 하고 있답니다. 울프는 공공 극장을 운영했고, 흑인 퀴어 극작가이자 ‘슬레이브 플레이’를 디렉팅한 로버트 오하라(Robert O’Hara)와 같은 다른 예술가들을 지지했죠. 하지만 더욱 어렵게 느껴졌던 것은, 이러한 극작가들 중에서 저와 유사한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앞서 언급했던 젊은 세대처럼 절망 속에서 유머를 구사한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어떻게든 뭔가 우스꽝스러운 부분을 찾아내기 위해 여러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세상 속에 있자니 진짜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어둠을 좋아했어요. 흑인, 여성, 퀴어인 사람들은 “우리는 세상의 어두운 면을 투영해선 안 돼. 우리의 대표성이 중요하기 때문이야. 그러니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해야 해.”라는 말을 정말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가장 밝은 부분이 가장 어두울 때도 꽤 자주 있어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하는 동시에 어둡고 절망적인 유머 감각, 위트, 가혹한 감성을 지닌 사람들을 찾아내려고 했기 때문에 대표성을 찾는 것이 더욱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일단 그런 사람들을 찾아내면, 외적으로 저와는 별로 공통점이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감성적인 면에서는 저와 비슷했죠. 이 부분은 제게 정말, 정말 중요한 문제였어요. 시네드 씨도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저는 그것이 정체성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장애인이자 백인이고 시골의 노동자 계급인 여성으로서 저의 경험은 제레미 씨와 비교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각에 의해 형성되는 우리 경험의 일부분이 우리를 더욱 친밀하고 즉각적으로 소통하도록 해 준다고 생각해요. 물론 우리를 갈라놓는 트라우마나 어려움이 세상에 존재하더라도 서로를 통해 자기 자신의 일부를 보게 되는 것이죠. 그런 경험은 즉각적으로 연결되는 특성이 있어요. 제 아버지가 왜소증을 갖고 계시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행운이었습니다.

왜소증을 가진 사람들 중 80%는 부모님이 두 명 다 평균 신장이라고 해요. 저희 부모님이 ‘리틀 피플 오브 아일랜드(Little People of Ireland)’를 설립하셨을 때, 왜소증을 앓는 제 친구들 중 대다수가 집안에서 유일하게 왜소증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스스로 의지를 키우기까지는 사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집에서는 저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기 때문이죠. 하지만 또한 그 때문에 패션에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열한 살인가 열두 살 때 아버지에게 신발 쇼핑을 어디서 하는지, 제 몸에 꼭 맞는 옷은 어디에서 사야 하는지를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아버지는 잘 모르셨죠. 아버지는 어렸을 때는 물론이고 나중에 부모가 되었을 때도 패션에는 관심이 없었거든요. 패션을 기능적인 측면으로만 보셨으니까요. 물론 이제는 그렇지 않으시지만요.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그러셨죠. 저는 옹호 활동을 할 때나 일을 할 때나 항상 예외적인 존재로 인식된다는 점을 항상 느낍니다. 저는 보그 커버를 장식한 최초의 왜소증 장애인이자 멧 갈라에 참석한 최초의 왜소증 장애인이죠. 이러한 기회를 통해 집에 있는 12살짜리 아이가 매스컴을 통해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처음으로 볼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러한 경험은 분명 큰 힘이 있기 때문이죠.

제 자신이 아니라 저의 신체적인 특징이 다른 누군가에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이같은 개념의 진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바로, 예외가 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예외적인 존재로서 얻은 경험, 지식, 교육,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서 기업 문화와 조직이 일하는 방식에 자발적인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장애인들이 이런 조직에 채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채용하겠다” 또는 “다양성을 환영한다”라는 기업의 말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그러한 채용 제안은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는지, 접근성이 충분한지, 공동체 집단이나 장애인 단체와 충분한 소통을 통해 장애인들이 더 광범위한 조직의 일부가 되기 위해 자신의 외적인 부분을 착취당한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했는지, 열한 살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말을 해야 하는지, 이런 조직과 산업 전체가 자신을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장학 프로그램은 어떻게 개발하고 있는지, 또 이를 활용하여 그들을 최초로 보그 커버를 장식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방법 등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가 말했죠, “자신이 처음일지는 몰라도…

엘리나 디미트리아디: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라고 말이죠.

엘리나 디미트리아디:
네, 맞아요. 최초의 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의 어머니는 “네가 마지막이 되지 않도록 하라”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하죠. 시네드 씨도 정말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좀 더 지켜봐야겠죠.

엘리나 디미트리아디:
예외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부분에 있어서요.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변화는 여전히 측정 가능하고 실질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변화의 특성이 아닐까 해요. 예술, 패션, 디자인, 기술 할 것 없이 우리는 까마득히 오래 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존재해 온 제도에 문화적으로 혁신을 일으키고자 합니다. 급격한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변화는 주로 언론 보도를 위한 것에 불과해요. 변화를 수용하여 새로운 업무 방식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말이죠. 그러니 인내심을 갖는 동시에, 변화가 가능한 한 빨리 일어날 수 있도록 조직이나 문화적 변화에 대응하여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이것도 사람에 관한 문제니까요.

엘리나 디미트리아디:
맞아요.

제레미 O. 해리스:
네, 맞아요.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사람들이 안전하고 포용받는다고 느끼며, 자기 자신에 충실하게 행동하는 것이 공평한 경험이라고 느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죠. 직장에서든 집에서든 여가를 즐기는 중이든 상관없이 말이죠. 제레미 씨가 초반에 이야기했듯이, 이 순간을 활용해서 우리의 과정과 관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앞서 제레미 씨와 예술의 접근성에 관해 이야기했었는데요, 예를 들어 다수의 극장이 역사적인 건물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접근성을 위해 개조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법은 바뀔 수 있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더욱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극장과 같은 장소에 접근성을 부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모든 극장이 문을 닫은 상태인데 리소스가 모이고 관심이 더 커질 때까지 기다리기만 한다면 결국 극장이 다시 문을 열게 되고 관계자들은 객석을 채우는 일에만 집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그러니 지금이 사람들을 더욱 폭넓게 포용할 수 있는 절호의 시간입니다. 정말 맞는 말이에요.

제레미 O. 해리스:
제 생각에는 시네드 씨가 말한 바를 이룰 수 있으려면 단순히 그런 사람들을 앞줄에 앉히거나 매거진 커버에 등장시키는 방법보다는 더 많이 고용하는 정책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극장에 연극을 보러 갈 때마다 저는 매번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둘러보는데요, 단순히 흑인 관객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는게 아니라 젊고 한눈에 퀴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전통적인 남성상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러니까 극장에 자주 올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관객들 중 얼마나 많은지를 살펴봅니다.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많은 관객들이 드레스 코드를 바꾸고 있나 보네요.

제레미 O. 해리스:
맞습니다. 또 저는 이 극을 만들기 위해 협업한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나 제 연극을 올리고 싶어하는 극장 또는 제 연극을 영화화하고 싶어하는 영화사에 갈 때, 사무실을 둘러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서 일하는지 살펴봅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거든요. 사무실에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적은지를 직접 보면 관객 중에서 왜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나 적었는지를 바로 이해할 수 있어요. 포용적인 무대일수록 더 포용적인 관객들을 갖게 됩니다. ‘슬레이브 플레이’를 작업할 때 저는 모든 사람에게 포용성은 단순히 미학적으로, 또는 사기 진작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포용성은 실제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작품에 끌리도록 해 주니까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초대해서 작품을 감상하도록 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자신의 공간으로 초대한 모든 사람의 요구 사항을 인식하는 훌륭한 주최자가 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자신이 왜소증을 가진 사람들의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러한 사람 한 명을 고용함으로써 이들을 위한 적절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엘리나 디미트리아디:
두 분은 현재 차임 포 체인지를 위해 협력하고 계신데요. 자문위원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생각해 보신 부분이나 계획 또는 논의가 진행된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제레미 O. 해리스:
글쎄요, 아직은 없습니다. 이러한 대규모 차임 포 체인지 미팅을 통해 처음으로 나눈 대화에서는 오늘 이 자리에서 다룬 주제와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고 흥미로운 내용도 가득했어요. 차임 포 체인지에서는 구찌가 역사적으로 소외받았던 사람들을 포용하기 위해 어떤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을지 즉, 패션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죠. [알레산드로 00:35:03]와 구찌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저는 구찌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포용하기 위한 노력을 열렬히 지지하고 환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소외받은 사람들과 이들이 속한 공동체에 손을 뻗어 이들을 구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도구와 지식을 모두 확보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차임 포 체인지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구찌가 전 세계 각지에서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관해 다양한 자선 사업을 하고 있고, 일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지식의 격차를 메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도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요. 제 친구인 [아담 일라이 00:35:55]가 올해 젠더와 관련한 가이드를 제시했는데, 정말 유익하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전까지 성 정체성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맞아요. 정말 낙관적입니다. 이런 말이 적당한지는 모르겠지만요. 구찌의 놀라운 점 중 하나는 구찌라는 단어 자체가 지리적 언어적 경계를 초월하여 인식된다는 점이에요. 구찌를 모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죠. 구찌가 성평등, 접근성, 인종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투자함으로써 빠른 속도로 실질적인 진전을 보일 기회가 만들어졌어요. 구찌 같은 기업이 투자를 하는 분야라면 그만큼 가치와 중요성이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잠재적인 도전 과제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제레미 씨나 저처럼 자문위원을 맡은 사람들은 차임 포 체인지와 같은 캠페인을 계속해서 이끌고 나가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는 개인으로서 여지껏 대화에 참여하지 못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의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적인 지식도 꾸준히 쌓아야겠고요. 전 세계적으로 구찌가 성평등을 위해 한 일들은 그러한 노력이 지역마다 얼마나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기록으로 남긴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정체성이 때로는 국가를 초월하며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특정 지역에서 누군가가 경험한 투쟁이나 기회가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반영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시절을 되돌아보면, 제가 이러한 회의에서 중요하게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과도 연결되는 이야기인데요, 아이들에게 질문을 했을 때 아이들은 어른 그러니까 교사가 듣고 싶어하는 답을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런 환경에서는 듣고 싶어 하는 답을 그저 내뱉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임 포 체인지를 위해 일하는 저와 제레미 같은 사람들에게는 깊이 생각하고, 솔직하고 투명하게 행동할 뿐 아니라 해결책에 초점을 맞추는 태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존재하는 도전 과제들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용 프로그램, 장학금, 비자금 등 이러한 프로젝트를 건설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여 실천 가능한 기회와 해결책을 제공할 의무도 있습니다. 더 많은 힘들이 모이면 더 좋겠죠. 즉, 더 많은 사람들이 자문위원회의 일원이 되어 다양성을 고려하고 신중하면서도 도전적인 관점을 더해야 합니다.

제레미 O. 해리스:
이 그룹에서 제가 정말 좋아하는 점을 방금 말해 주셨는데요, 제가 패널 중에서 3명인가 4명뿐인 시스젠더 남성 중 한 명이라는 것이 정말 좋은 기회로 느껴졌어요. 자문위원회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진실하게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야 하니까요. 제가 활동가 한 명, CEO 한 명과 같은 테이블에 앉을 기회가 어디 있었겠어요? 그리고 팝스타도요. 맞죠? 이런 주제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될 텐데요, 정말, 정말 기대가 됩니다. 세대, 사회경제적 요인,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 이러한 논의가 가능하다니 정말 설렙니다. 경청하고, 보고하고, 전달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차임 포 체인지 캠페인을 통해 장시간 경청할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 무척이나 좋습니다.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맞아요.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전할 수 있고 동시에 역사적으로 힘이 적었던 사람들의 도전을 받을 수도 있는 개인이 되는 것이죠. 물론 후자 쪽이 훨씬 더 중요하겠고요.

엘리나 디미트리아디:
패션과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하나만 더 드리겠습니다. 제레미 씨는 극장과 패션이 결혼을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으신데요, 극장과 패션이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말씀이시겠죠.

제레미 O. 해리스:
네, 맞아요.

엘리나 디미트리아디:
그런 말씀을 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어떤 느낌을 받으시죠? 제레미 씨와 패션과의 관계는 어땠나요?

제레미 O. 해리스:
시네드, 아마 [에드워드 에닌풀(Edward Enninful) 00:40:22]과 했던 인터뷰에서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은데요. 옷은 타인이 처음으로 읽을 수 있는 나에 대한 이야기 중 하나예요. 그렇지 않나요? 옷이 ‘피부 위에 얹혀지는 이야기’라는 말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제 어두운 갈색 피부가 세상에 어떤 이야기를 던지는지 그리고 그 이야기가 얼마나 복잡한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서 말이죠. 이해되시나요? 흑인의 신체에 관한 복잡한 이해는 언제나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에 의해 형성되어 왔습니다. 흑인 공동체에서 항상 옷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표현의 문제니까요. 우리를 억압하는 계층에게 더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고, 경고 신호를 보낼 수도 있겠죠. 가까이 오지 마, 하고요. 정말 흥미롭지 않나요? 또 이것은 우리가 자주 이야기하지 않는 옷이 가진 강력한 힘이기도 하죠. 스토리텔링의 중요성과 옷이 다양한 신체에 착용되는 방식을 생각해 보면, 패션 산업과 극장이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이용해 패션에 관한 더욱 강력한 스토리를 선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해요. 극중에서 패션에 관한 이야기를 더욱 생동감과 표현력이 넘치도록 만들어 보다 심오한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죠?

사실 20세기 초반에는 이런 콜라보레이션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었어요. 그러나 영화의 등장과 함께 변화가 일어났고, 뉴욕에서 상연되는 한 연극에 출연하는 엘리자베스 [마블 00:42:17]에게 지방시 드레스를 입히는 것보다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출연한 오드리 헵번에게 지방시 드레스를 입히는 것이 훨씬 더 돈이 되는 상황이 벌어졌죠. 우리는 현재 더욱 접근성이 높고 민주화된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연극 ‘슬레이브 플레이’에서 보았듯이, 연극에서 차용한 이미지는 영화에서 차용한 이미지만큼이나 영향력이 강할 수 있습니다. 연극에는 세상의 다양한 요소를 재조합해 더 나은 모습을 선보일 좋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나요?

또 극장 하면 작은 공동체와 잘 어울리죠. 현재 극장은 그 극장이 위치한 지역 사회 그러니까 공동체 안에서 기능합니다. 반면 패션은 글로벌한 방식으로 기능하고요. 패션이 세계적인 자본과 홍보 수단을 활용해 더 많은 예술 공동체를 돕는다면 여기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생각일 뿐이지만요.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정말 멋진데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는 극장이 현존하는 마음 챙김의 마지막 형태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제레미 O. 해리스:
맞아요.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관객과 출연자, 관객과 배우 사이에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이죠. 관객석에 있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분리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한 명의 관객에게 말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점에서 이런 팟캐스트와도 유사한데요, 그 부분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패션과 의상의 관계에 대해 말하자면, 저는 패션을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종의 대행 도구라고 생각해요. 제가 오랫동안 동경하고 원했던 부분이죠. 사람들은 영화에서 본 대표성을 통해 제 외양을 근거로 제가 누구인지, 제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짐작합니다. 하지만 영화에는 그 역할에 캐스팅된 사람을 고려하는 대행 도구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패션은 저에게 새로운 내러티브를 창조할 힘을 부여합니다. 그러한 내러티브에는 겨울이 유난히 추운 아일랜드에 살고 있는 제가 그린 색상의 롤넥 구찌 점퍼를 입고 맞은편에 앉아 있는 제가 등장할 수도 있겠고, 아니면 그냥 오늘 세상을 활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슈퍼마켓에서 망토를 입고 돌아다니는 제가 등장할 수도 있겠죠. 그 점은 정말 중요해요. 또한 패션과 옷은 모두 우리의 피부에 닿는다는 점도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는 심오한 방식으로 패션 산업과 감정적 연결을 맺게 됩니다. 옷은 우리 인간성의 일부이고, 우리의 정체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또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이 개념에 변화가 일어났어요. 집에서라면 아무것도 걸치지 않아도 문제가 될 것은 없으니까요.

대부분의 국가에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법적인 요구 사항이 존재합니다. 이것은 패션이든 스타일이든 우리가 공식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몇 안 되는 산업 중 하나죠.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이 이해당사자가 되는 이 업계에서 활동하는 기업 그리고 산업 전체가 지속 가능성과 평등을 인식하기 위해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와 협력하고 완전한 대표성을 갖기 위해 필요한 더 넓은 목표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책임을 가져야 할까요?

콜라보레이션이라는 개념으로 돌아가면 우리가 배울 점이 정말 많다고 생각해요. 지퍼 대신에 장애인에게 가장 접근성이 높은 자석이나 벨크로만을 사용하는 패션 시스템을 설계한다면 장애인 뿐 아니라 모두가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창의성, 혁신, 평등뿐만 아니라 수익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말이죠. 자리 잡은 시스템이라고 해서 절대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는 합리적인 이유 같은 것은 없으니까요.

엘리나 디미트리아디:
맞아요. 그러면,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하시나요? 무엇이 시네드 씨가 이 일을 계속하고, 끊임없이 공동체를 지원하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소망을 잃지 않도록 만들어준다고 생각하시나요?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방금 하신 말씀은 거의 노래 가사 같은데요? 슬프게도 제레미 씨가 말씀한 것처럼 우리 모두 젊은 세대는 아닙니다. 그래도 노력은 하죠. 피부도 열심히 가꾸고요 [소리가 뭉게짐 00:46:10]. 그렇다고 해서 다시 젊어지지는 않습니다. 우리 뒤를 이을 세대를 살펴보시면 그들은 변화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어요. 많은 부분에서 볼 때 기존의 부정적인 요소에 전혀 개의치 않는 세대입니다. 없어지지 않는 제도적 도전과 억압에 대해 인식하면서도요.

변화를 위해 싸우려는 간절한 열망과 의지를 지니고 있죠. 미국 대선에 참여하려고 11시간 동안 줄을 서거나 변화를 만들기 위해 권력자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마다치 않아요. ‘마녀를 잡아라(The Witches)’ 같은 영화에서 묘사되는 장애의 대표성에 도전하기도 하고요. 어떻게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런 영화가 나올 수 있었는지 진짜 모르겠네요. 또한 지금까지 이루어진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힘있는 단체를 활용하여 변화를 [소리가 뭉게짐 00:47:03] 끌어내는 실질적인 결과를 창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뉴욕에서 케어링(Kering)과 협업하며 같은 뜻을 갖는 사람들을 모으고 있는 커비 장 레이몬드(Kerby Jean-Raymond)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엘리나 디미트리아디:
네, 맞아요. 혹시…

제레미 O. 해리스:
감정이 격해지는군요. 완전히 동의합니다.

엘리나 디미트리아디:
네, 맞아요. 여러분이 계속해서 싸우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르겠어요. 저는 끊임없이 투쟁을 계속하고,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는 두 분과 같은 분들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희망을 느낍니다. 시네드 씨는 다보스포럼에도 참여했었죠. 사람들이 시네드 씨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고요. 앞으로 일어날 변화가 정말 기대됩니다.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감사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레미 O. 해리스:
정말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시네드 버크(Sinéad Burke):
맞아요. 저도 정말 좋았어요. 엘리나 씨 고마워요. 구찌 팀에게도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엘리나 디미트리아디:
저도 정말 감사드리고요, 여러분과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구찌 팟캐스트:
시네드 버크와 제레미 O. 해리스와 함께한 구찌 팟캐스트의 이번 에피소드를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피소드 노트에서 차임 포 체인지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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